지금 당신 주변의 많은 풍경들이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장 우리 손 안의 ‘스마트폰’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지 오래고, 최근 몇 년 사이 자율주행 자동차나 스마트 공장 가동 등 우리 생활을 서포트하는 크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빠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 전체가 ‘스마트시티’로 계획되어 지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시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민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말한다. 단지 편의만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그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최종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 개선 및 도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완성된 스마트시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본지는 국내 사물인터넷 분야 성장을 이끌어 온 김대영 교수를 직접 만나 스마트도시의 태동을 관찰하고 돌아왔다. 그는 가까운 미래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스마트시티에 구체적인 협력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KAIST 전산학부 김대영 교수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오토아이디랩을 주목하라
최근 부산시는 KAIST와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 설립 및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토아이디랩은 김대영 교수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로, 민간 국제표준기구 GS1의 국제공동연구소로서 핵심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연구소가 부산시와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5년 3월로 거슬러간다. 김 교수가 시청 공무원 월례 특강을 나가면서 시작된 인연이 그가 부산 스마트시티 시민 포럼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및 기업 활동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고 계기를 소개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MP단, 그리고 작년에는 스마트빌리지 프로젝트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마침 부산의 대표산업인 해운조선 분야에서 조선 3사와 함께 GS1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한 혁신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장기 발전 플랜을 세우면서 부산에 조그마한 연구실을 하나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산광역시와 부산연구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카이스트의 정식조직인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로 규모를 키워 센텀시티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을 포함한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 지역은 GS1이 적용되는 대표 산업인 해운, 조선, 항만, 물류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GS1의 미래 적용 분야인 스마트시티, 관광 카테고리에서도 장점이 두드러진다. 여기에서 오토아이디랩 혁신연구소는 부산의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향후 지역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GS1 국제표준기술과 우리나라의 GS1 적용 모범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입니다. GS1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에 와서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GS1 표준기술 뿐만 아니라 실습을 하고, 교육인증까지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산학협력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 벤처 창업 지원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까지도 기여하는 것이 부산혁신연구소의 설립 목적입니다.”
오토아이디랩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소개한 국제공동연구소로 관련 업계에서 유의미한 궤적을 남기고 있다. 김 교수에게 그동안 연구소가 이룬 주요 성과와 진행 중인 활동을 물었다.
“오토아이디랩은 1999년 미국 MIT에 최초로 설립되었고 영국의 캠브리지대, 스위스의 취리히연방공대, 세인트갈렌대, 중국의 푸단대, 일본의 게이오대, 그리고 한국에서는 KAIST가 참여하는 사물인터넷 분야 최고의 국제공동연구소이자 바코드, EDI, 사물인터넷을 표준화하는 GS1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파트너 혁신연구소입니다. 오토아이디랩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월마트, P&G 등 100 여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여 만든 RFID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이를 표준화한 EPCglobal입니다. 여기서 ‘EPCglobal 표준기술’이라 함은, GS1의 가장 혁신적인 표준으로써 디지털 대전환에서 요구하고 있는 글로벌 사물인터넷을 지원하도록 발전했어요. 유통물류,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철도, 해운, 농축수산업, 건설, 금융, 국방에서 스마트시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58개 이상의 산업에서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표준입니다.”
김 교수는 “GS1의 모토는 분절되고 파편화된 글로벌 산업을 하나의 국제표준 데이터 언어로써 연결하고, 소통하고, 공존하게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과거 세종실록에서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기록하였다면, GS1은 모든 사물의 일생 데이터를 육하원칙에 맞추어서 표준 언어로 기록하고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 양질의 산업데이터를 만들고 인공지능이나 데이터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이 효율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무엇보다 유의미한 활동일 것이다.
KAIST 전산학부 김대영 교수
‘K-주소’부터 스마트 농장까지, 차세대 바코드의 반가운 침투
김대영 교수와 오토아이디랩은 지난 2014년 6월, 코엑스에서 백여 명의 청중을 초대해 GS1 표준기술을 구현한 사물인터넷 오픈소스 플랫폼인 ‘Oliot 1.0’을 론칭했다. 이는 당시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하던 RFID 스마트냉장고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그 이후 GS1 주요표준이 1.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완전히 새로 개발한 Oliot 1.2 오픈소스가 공개되었다. Oliot 1.2는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아파치 라이센스로 전 세계에 제공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104개국에서 다운로드 되었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과 국제식품기구가 공동으로 설립한 GDST 수산물이력추적 국제단체를 포함해, 여러 국제기구 및 민간기업에서도 두루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완주로컬푸드, 행정안전부의 K-주소 사업, 국가 스마트시티인 부산 EDC, 시흥시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2022년에 구체화 되어가고 있는 이슈들이 궁금했다. 김 교수는 행정안전부 K-주소 사업으로 운을 뗐다.
“공공데이터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바로 주소 정보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과 같은 지도/네비게이션 기업은 지도의 도로와 주소 정보 갱신을 위해서, 우체국, CJ택배와 같은 택배, 물류기업은 주소와 물류인프라의 최적 연계를 위해서 주소 정제를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소의 중요성은 그 정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가상공간에서 부동산을 사고파는 메타버스인 미국 업랜드와 같은 기업의 경우 현실의 도로명과 주소, 건물의 형태를 얻기 위해서 주소정보가 필수적입니다. ISO 국제표준이기도 한 주소가 다양한 산업플랫폼과 GS1, 공간정보, 웹과 같은 국제표준과 연계되면 디지털대전환의 혁신성장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만든 것이 ‘주소포럼’입니다. 2021년에 15명의 주소와 다양한 산업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디지털주소플랫폼과 스마트시티의 미래를 기획했던 거지요. 앞으로 ‘K-주소’라는 브랜드 사업으로 확대되어 우리나라 혁신성장산업의 든든한 디지털대전환 인프라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GS1, UTA와 같은 국제표준기구와 국제스마트시티연합을 통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산하고자 합니다.”
이어서 그는 국내 조선 관련 기업과 유관기관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스마트십 데이터플랫폼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조선, 해운, 항만, 멀티모달 물류 산업의 글로벌화와 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조선분야에서 조선 3사와 같은 대표 기업이 중심이 되어 미래 해운조선 글로벌 생태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다부처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난 2005년, 카이스트에서 오토아이디랩이 설립됨과 동시에 시작한 게 바로 유비쿼터스 농촌 포럼 참여입니다. 지난 17년 동안 순천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팜 연구에 참여해 왔는데요. 올해 여름 고흥에 준공되는 스마트팜 혁신 밸리에 GS1의 차세대바코드, ‘농산물 생산-물류-유통-소비’의 전 주기 이력추적에 GS1 국제표준을 적용하려는 계획도 앞두고 있습니다.”
올바른 의심과 정확한 믿음으로 가까워지는 미래
김대영 교수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 도시인 부산광역시에 국제스마트시티연합 가입을 제안해 스마트 기술의 실증 환경과 선진사례를 마련하고 있다. 도시는 주거, 교통, 쇼핑, 문화, 환경 등 물리적인 인프라와 함께 시민들이 생활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정주 환경을 잘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그 정주 환경과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을 최고의 상태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마트시티 기술은 정주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도시 운영을 효율적으로 만들며, 경쟁력이 있는 도시 산업을 유지해가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정주환경과 산업, 그리고 일자리 측면에서도 지방의 지역 경쟁력의 차이를 좁혀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각 지역에서 여러 도시가 연합한 메가시티 조성의 행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경우처럼, 조선, 기계, 화학, 항만, 물류, 수산, 관광/MICE 등 각 도시가 가진 경쟁력을 하나로 엮어서 산업의 볼륨과 시너지를 키우고, 교통과 정주 환경의 꾸준한 개선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가시티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스마트시티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김 교수. 최근 스마트시티는 단순한 공급중심의 인프라 구축에서 나아가 다양한 서비스와 인프라를 접목하는 참여 중심의 혁신생태계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과 지속성 있는 도시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스마트시티는 지자체에서 만든 서비스를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의 체감도가 떨어지고 좋은 서비스도 예산 부족 때문에 확산이 어려웠지요. 이걸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는 도시 전체를 시민과 기업에게 내어주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술적으로 유의미한 스마트시티 참여 플랫폼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지요. 또한 스마트시티는 하나의 기술로 담을 수 없는 방대한 세계입니다. 스마트서비스를 담은 다양한 그릇들이 조화롭게 한상에 올라서 맛있고 균형 있는 식사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진행 중인 K-주소와 GS1은 대표적인 시민과 기업 참여형 혁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모든 장소를 커버할 수 있도록 주소를 세밀화하고, GS1 디지털주소로 변환한 후, GS1의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서 시민이나 기업이 만든 서비스를 직접 등록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참여형 서비스 공유 플랫폼이죠. 세상에는 이런 기술과 표준들이 많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KAIST 전산학부 김대영 교수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현실이다
김대영 교수는 무엇을 연구하든 결국 사회와 산업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하고 성실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터다. 17년 전에 시작한 GS1 연구, 3년 전에 시작한 주소 연구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손을 놓지 않을 생각이라는 김 교수. 그와 이야기 나누는 내내 사자성어 ‘실사구시’가 떠올랐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어 이를 우리 사회와 산업을 더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은 목표다.
“제 롤모델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입니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며, 고대유물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를 몸소 누비는 해리슨 포드 말입니다. 이론과 실무 모두가 중요한 건 고고학뿐만 아닙니다. 공대교수인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끊임없이 몰두하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연구에 대한 열정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이 향하는 길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연구 중인, 또는 기업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일들이 올바른 길임을 확신하고 믿는 것. 때로는 부담스럽고 무겁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김 교수는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 설립을 오토아이디랩의 시즌3가 시작된 것이라고 여긴다. 지금까지 GS1 연구그룹을 유지해가며 성과를 거둔 것을 넘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그가 그동안 꾸고 있던 꿈을 제대로 펼쳐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그와 함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함과 더불어 김 교수는 우리 사회와 산업이 가야할 올바른 길에 동참할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GS1 산업생태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나면 1년에 반은 국내, 나머지 시간은 해외에서 GS1 보급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어제와 오늘, 미래에는 모두 ‘GS1’이 있다. 우리기업의 훌륭한 아이디어와 국제표준이 만나게 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선도 기술과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GS1 국제 표준과 같이 사회와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글로벌 인프라 기술들은 쉽게 확산되지 않지만, 김 교수와 같이 열정과 인내심을 가진 연구자의 왕성한 활약은 변화의 물꼬를 트는 힘일 것이다. 그의 최근 발표 자료의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이런 문구가 더해져 있다. 피카소의 말, ‘상상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현실이다.(Everthing you can imagine is real)’을 곱씹으며 김대영 교수와 오토아이디랩이 선도할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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