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와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이나 쓰레기매립지 등 유기성 폐기물을 다루는 시설에서 주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내 불순물들은 대기질을 오염시키거나 처리시설의 성능 저하 및 노후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왔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바이오가스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바이오가스는 도시가스와 수소, 화학제품 원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앤켐솔루션은 바이오가스의 재활용을 위한 독보적 기술력을 토대로 자원 순환 사회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바이오가스의 활용을 현실화 한 혁신제품 ‘디하이스-250’
2007년 설립한 바이오가스 전처리 전문기업 ㈜이앤켐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기능성 화학소재 및 물질성분분석을 서비스해왔다. 특히 에너지, 환경 및 화학소재 전문 벤처기업으로서 바이오가스 내 가장 유독한 불순물로 손꼽히는 황화수소와 실록산을 동시에 제거하는 흡착제 ‘디하이스(DeHyS)-250’ 개발에 성공하며 유기성 폐기물 자원화를 이끌고 있다. 황화수소와 실록산은 인체뿐 아니라 산업시설의 설비에도 유해한 가스이다.
염화 제2철과 알칼리 용액을 이용해 분말과 펠릿 형태로 개발된 디하이스-250은 혐기성 소화가스나 매립가스의 전처리와 고농도 황 계열 물질에 의한 악취를 제거하는 외에도 암모니아, 불화수소 제거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황화수소와 실록산이 잘 제거된 바이오가스는 보일러 및 가스 발전기에 사용 가능한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해당 기술을 통해 흡착제 단가를 낮춤으로써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흡착제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독일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던 탈황제들이 있었지만, 이는 대부분 결정성 물질입니다.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은 비결정성 수산화철인만큼 황화수소와의 반응 속도가 결정성 수산화철보다 빠르고, 흡착 능력 또한 기존의 수입산 제품보다 우수합니다.”
이앤켐솔루션은 디하이스-250 개발로 관련 특허를 취득한 것은 물론 2019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품성능인증을 획득했다. 이처럼 탁월한 기술력은 2020년 제14회 대한민국 녹색에너지 우수기업 대상 수상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또한, 2020년 8월에는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운영 중인 광산배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무기성 슬러지를 흡착제로 재활용하기 위한 재활용 환경성 평가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하여 승인서를 취득했다. 국내에서는 8번째로 이룬 성과다. 지난 6년간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재활용 환경성 평가 승인을 받은 기업은 단 11곳뿐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비용을 들여 처리하던 폐기물을 활용해 흡착제로 재활용함으로써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자원 순환 사회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지난해 말 이앤켐솔루션은 디하이스-250 관련 제품이 환경부로부터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어 조달청 혁신장터에 포함된 데 이어 최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산성광산배수(AMD) 슬러지를 이용하여 탈황제를 제조하여 바이오가스 내 황화수소 및 실록산 동시 제거에 적용한 기술’에 대한 신기술 인증을 취득했다. 성능 인증서와 혁신제품 지정, 신기술 인증이라는 3관왕을 달성한 것이다. 이외에도 강릉에 공장을 신축하는 한편 국내 다수의 전시회와 박람회에 참가하며 이앤켐솔루션의 기술과 제품 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황화수소 ppb 단위로 낮춘 기술력으로 그린수소 생산에 도전한다
건국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신동 대표는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남대학교 신소재연구소 연구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소재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환경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던 김 대표는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앤켐솔루션의 디하이스-250 또한 이러한 연구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김 대표는 탈황제 외에도 폐기물을 이용한 비소제거제 등 생활 속 폐기물들을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앤켐솔루션만의 독보적 기술력을 녹여낸 바이오가스 전처리 시스템은 수도권 대기환경 보전에 앞장서는 유기성 폐기물처리시설 운영을 가능케 한다. 김 대표는 크게 가축분뇨와 음식물, 하수처리의 세 분야에 납품 중이며, 최적의 공정을 도출해 바이오가스 유래 도시가스, 그린수소 생산, 화학제품 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에 적용 중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는 가축분뇨로부터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메탄가스화하여 도시가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는 음식물 폐기물로 인한 바이오가스를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데 탈황공정에 적용하고, 서울시 탄천 물재생센터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찌꺼기)로부터 생산된 바이오가스 전처리에 활용되고 있다.
“황화수소를 ppb 수준까지 낮추어야 바이오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분리해 바이오메탄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앤켐솔루션은 바이오메탄을 개질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이앤켐솔루션은 수소추출기 설계·제작 전문기업인 제이엔케이히터와 바이오가스 정제 및 수소화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이앤켐솔루션의 바이오가스 정제공정 기술력과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 기술을 접목해 바이오가스 기반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구축사업, 수소 유통·판매, 연료전지발전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바이오가스로 만든 수소가 그린수소로 분류되는 데다 바이오가스의 공급량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앤켐솔루션의 탈황·이산화탄소 포집기술과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 기술이 더해지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이오가스 내 황화수소 농도를 수십ppm 수준으로만 줄여도 가스엔진 발전이나 보일러 사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소 경제 시대가 도래했고, 2050 탄소중립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바이오메탄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또한 놓칠 수 없는 분야라 판단했습니다. 향후 제이엔케이히터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가고자 합니다.”
현재 이앤켐솔루션은 미국 내 매립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 및 베트남 바이오가스 시장에의 진출을 준비하는 등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환경산업협회의 수출지원화사업에 선정되어 베트남과 독일 진출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탈황제와 이앤켐솔루션의 제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황화수소 농도를 ppb 단위로 내리는 흡착제는 디하이스-250가 유일했다며,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실적으로 이어지는 원년 기대
㈜이앤켐솔루션은 최근 환경부와 중기부의 그린벤처 유망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향후 3년간 30억 원을 지원받게 된 만큼 R&D 및 사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또한 올해부터는 실질적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 중인 시흥 맑은물관리센터에서의 실증 사업도 시작된다. 김신동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특히 황화수소를 함유하고 있는 악취 제거 기술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받은 데다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도전하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2025년경 IPO를 목표로 한 움직임도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에 벤처캐피탈로부터 라운드1을 진행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은 만큼 지난해 기술신용평가(TCB)에서 받은 T3 등급을 T2 등급으로 상향시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수질과 대기, 폐기물 재활용 등 환경 분야에서 주목하는 분야에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가는 만큼 핵심 연구 인력과의 동반 성장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등 서로 윈윈(win-win)하며 성장해가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이앤켐솔루션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이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매립지나 가축분뇨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열악한 환경에 적용되는 기술인만큼 이앤켐솔루션의 기술로 현장의 환경을 개선하며 기술 성능을 확인할 때의 성취감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의 악취를 제거하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산화탄소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 앞장서며 신재생에너지 시대 성장 동력 마련해가
“제가 충남대학교 신소재연구소에서 수소 흡착 소재를 개발하던 2006년경 이슈가 되었던 수소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셈이죠.”
김신동 대표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닌 만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외에도 학문적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그가 학회 활동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현재 대한환경공학회, 한국냄새환경학회 등에서 활동 중인 김 대표는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학회에서 발표하며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외에도 연구개발을 지원하거나 유료부스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학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향후 환경 관련 분야에서 역량 있는 인재들이 배출되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혐기성 소화물의 활용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가축분뇨와 음식물 폐기물을 7:3으로 섞어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열원으로 사용하고, 남는 혐기성 소화 슬러지는 건조 등을 통해 퇴비나 고형연료의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며, 탈리액은 숙성과정을 거쳐 액체비료를 만들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이러한 혐기성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생물을 위한 무기영양염류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액체비료의 성분에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기성 소화과정에서 미생물 활성화를 위한 영양염류나 안정화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적극행정을 기반으로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생에너지 등의 환경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환경법 및 비료관리법 등의 테두리 안에서의 적극행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앤켐솔루션은 바이오가스의 자원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률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고유가 및 기후변화협약 시대 속 에너지 기술이라는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었다. 바이오가스의 단순 활용을 넘어 그린 및 블루수소 생산에 도전하는 이앤켐솔루션이 만들어갈 자원 순환 사회가 기대된다.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http://www.monthlypeo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69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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