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일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개방형실험실 부단장/정형외과 교수 - ‘홍익인간’ 신념 토대로 의료기관과 기업, 임상의 연결하며 보건의료의 실질적 발전 이끌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의료가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유준일 교수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지금 노인성골절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며 디지털 치료 시대를 열고, 개방형실험실을 이끌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근감소증 및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실사용데이터 축적 위한 연구 수행
유준일 교수가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RWD) 기반의 임상 근거 창출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향후 ‘노인 고관절 골절의 실사용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를 수행하며 근감소증과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실사용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본 연구과제는 2024년 12월까지 약 3년간 진행되며, 경상국립대병원이 총괄기관으로서 아주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등이 참여해 전국 단위의 실사용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및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 교수는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처음으로 시작되는 전국 단위 실사용데이터 수집 연구라며, 노인 골절 극복을 위한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생산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인 고관절 골절 예방 및 치료, 진단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임상적인 근거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인공지능 연구 및 디지털 치료에 사용될 데이터를 모을 계획입니다. 전국 4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유전체와 영상, 보행, IoT 데이터 등 고관절 골절 환자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자료 및 구축 체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질환과 노인 골절을 담당하고 있는 유 교수는 유전체, 행동 분석 등의 다방면의 빅데이터 연구와 코호트 구축 연구에 집중해왔다. 노인 골절 예방과 골절 수술 후 재활 및 예후를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연구 주제다. 이번 지원 사업 선정에 대해 유 교수는 그간 구축해온 지역 및 질환 코호트 연구, 정밀의료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밀도 높은 실사용 데이터 구축 및 임상 근거를 창출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정밀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의료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죠. 아직까지는 사용이 어려운 국가 빅데이터셋과 자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방과 관리 중요한 노인성 골절... 활용도 높은 데이터셋 구축으로 노년 건강 개선하고파
“고관절 골절과 척추 골절은 모두 근감소증이 원인이 되는 질환입니다. 암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령화가 가속되는 시점에서 노인골절에 대한 연구는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연구라 생각합니다. 만성질환과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적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껴왔습니다.”
근감소증은 노년기에 이르러 근육의 양이나 근력, 근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년기 근감소증을 방치할 경우 골다공증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에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준일 교수는 건강에 있어 수면 습관과 걷는 습관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성 골절이 생기면 1년 안에 돌아가시는 분이 30%에 달합니다. 보행을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이나 암의 치료나 재활방법으로 운동이 권해지는데, 근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들은 운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근감소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유 교수는 줄기세포와 약재, 건강보조식품 등 분야를 넘나들며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와 관련해 현재 두 건의 국책과제와 산학과제를 수행 중이다. 현재 대한골대사학회 산학협력이사, 대한근감소증학회 학술이사를 역임 중인 유 교수는 보행에 관한 연구와 강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고관절기구를 인식하는 연구, 자동으로 수술 영상을 구분하는 연구 등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에도 무게를 실어온 그다. 유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도 노인성 골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노인 고관절 골절의 실사용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가 노인성 골절을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센터 설립을 위한 중요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노인 골절 분야에서도 활용도 높은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데이터셋을 이용한 연구들이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꿈이죠.”
디지털·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혁신 창업기업 집중 육성하는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감염병 특화 개방형실험실
유준일 교수는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감염병 특화 개방형실험실(이하 개방형실험실)의 부단장을 역임하며 지역의 바이오 분야 초기 기업들의 성장과 지역의 의료 인프라 확충을 돕고 있다. 개방형실험실은 병원과의 연계가 어려운 창업기업이 병원의 우수한 의료진과 인프라를 이용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초기 기업들의 지속 성장을 돕는 병원 중심 개방형 혁신 플랫폼 사업이다. 지난해 7월 해당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며 공동실험실과 장비실을 갖춘 개방형실험실에는 현재 20개의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있다. 경남도와 진주시는 향후 개방형 실험실을 의생명과 바이오 모든 분야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개방형실험실에 입주한 기업들은 지난 5월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 2022’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회사인 ㈜디보는 국가임상시험재단(KONECT)과의 면담을 시행했으며, 수바이오㈜는 여러 글로벌 항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과의 파트너링을 진행했다. 또한 가상현실(VR)·확장현실(XR)을 이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디지털치료제 개발회사인 빅스스프링트리 또한 많은 의료진과 기업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 교수는 디지털과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역 내 전문기관·기업·임상의 간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 전했다.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에 담을 수 없는 의사들의 로그데이터를 남기기는 ‘닥터로그’ 또한 기대주로, 대학병원에서 쏟아지는 상황별 의료미디어 데이터들을 의료현장의 특수성에 맞게 새로이 편성해 제공한다. 최근에는 올해 연말 출시할 ‘닥터 DM (Direct message)’ 솔루션을 준비중에 있다. 자주 묻는 환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챗봇으로 대응하고, 예외적 질문에만 의사가 직접 답하는 방식이다. 국내 제약사 및 의료기기 회사들이 해당 기술에 투자를 위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1기 개방형실험실에 입주기업으로 참여했던 유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입주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실제로 기업 마케팅 및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입주기업들을 위해 개방형실험실 차원에서 홍보를 도맡으며 기업의 부족함을 채우는 모습이다. 그는 당시 입주기업으로서 병원 내 의사들과 협업하며 느낀 아쉬움을 2기 개방형실험실인 경상국립대학교 감염병 특화 개방형실험실에 접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센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선발하고, 센터에 가장 적합한 인재라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으며 공을 쏟았다.
“국책과제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자금 집행 과정에도 여러 규정이 적용됩니다. 규정의 도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때론 과도한 규정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죠. 입주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서버나 클라우드 구입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모됩니다. 이를 병원에서 도와준다면 기업은 대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그 비용을 R&D에 쏟아부을 수 있죠.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비용에 대한 예산이 없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한계로 당시 개방형실험실 입주 3개월 만에 시설에서 나오기도 했죠.”
현재 플랫폼 기업의 CTO로 활동하고 있는 유 교수는 당시의 경험을 살려 개방형실험실 입주기업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나 의사의 입장에서 느낀 니즈를 UI에 반영하는 등 실무적 소통도 이어진다. 그는 플랫폼기업으로서 여러 병원과 개방형실험실 입주기업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입주기업들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 전했다.
“개방형실험실은 국내에서 첫 시도되는 지원방안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제조기업 ‘모더나’를 배출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랩센트럴을 성공적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개방형실험실 또한 이러한 모델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홍익인간’ 신념 토대로 의료기술 발달에 힘 보태며 더 많은 환자 돕고파
유준일 교수는 의료인이자 교육자, 개발자, 연구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었다. 특히 개방형실험실을 이끌며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이렇듯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지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힘은 즐거움이었다. 또한 홍익인간이라는 신념으로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펼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은 경상남도 유일의 국립병원입니다. 상당히 많은 수의 환자를 만나고 있음에도 제가 평생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만 명이 넘지 않더라고요. 한 사람의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기보다 의료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를 도울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기술을 통해 대면진료가 닿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며 공공의료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유 교수가 품은 홍익인간의 뜻은 이미 세상에 펼쳐지고 있었다. 플랫폼 기업으로서 지역사회 내 방문진료,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가까운 시일 내 국경 없는 의사회 및 해외 봉사단체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라 전했다. 심전도나 혈압, 맥박, 동작 및 호흡 분석까지 가능한 청진기 등의 IoT 디바이스를 하나의 패키지에 담은 왕진가방을 통해 해외 및 도서산간 지역에서의 원격진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개방형실험실의 일원이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떠나있기도 하다. 유 교수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이러한 뜻을 품기까지 두 분의 지도교수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자신 또한 좋은 멘토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유 교수다.
끝으로 유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의 의료기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기술로 만든 의료기기들을 선진국 및 주변 국가에 보급할 수 있는 기업가들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를 위해 개방형실험실 입주기업들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을 다짐하는 그다. 유 교수가 품은 홍익인간의 꿈이 대한민국 의료기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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